동반퇴사의 충동에 대해, 거창하기는 하지만 어느 인터넷 취업사이트의 설문조사 제목에 지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반퇴사라는 말에 유독 관심이 가고 흥미가 느껴지는 것은 우리 모두가 동반퇴사를 한번쯤은 꿈꿔온 전력이 있음을 생각하면 지극히 당연한 일일 것이다.

<사표를 쓰기전에 점검하고 유념하여야 할 것을 기술한 "사표는 전략이다."라는 서적>

동반퇴사, 말 그대로 여럿이 같이 사표를 내고 퇴사를 하는 것을 말한다. 동반퇴사의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원래 그만두고 싶었는데 친구가 옆에서 부추기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 나를 지켜주던 상사가 이직을 하게 되어 그 상사의 그늘로 가기 위해 동반퇴사하는 경우도 있으며, 이도 저도 대책 없이 남들이 나가니 분위기에 휩쓸려서 퇴사하는 철없는 경우도 있으며, 악의적으로 여럿이 퇴사하여 평소 불만이 있던 부서장이나 회사에 타격을 주기 위해 동반퇴사하는 경우도 가정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동반퇴사의 충동은 모든 직장인들의 궁극의 목표는 아니라고 할 지라도 모두가 한번쯤은 다 희망해 보았을 법한 일이고 그 충동에 있어서는 비단 필자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었다. 하물며 비록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어도 가장 친한 동료와 소주잔을 기울이며 이직, 학업, 다른 사업 등등을 이유로 동반퇴사의 모의를 수차례 하기도 하였으니 말이다.

이렇듯 동반퇴사에 대하여 일가견이 있는 필자가 어느 취업정보사이트의 동반퇴사 관련 설문조사를 마다할 리 있겠는가? 열일을 제쳐 놓고 성심성의껏 설문조사를 해 주고 나니 나와 비슷한 사람이 얼마나 많으면 이런 것을 주제로 설문조사까지 하나… …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쨌든 동반퇴사를 꿈꾸는 내가 회사에 적응을 못하는 아웃사이더가 아닐까 하는 일종의 의심은 나도 정상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어 말끔히 해소가 된 것이다. 그러나 오히려 동반퇴사의 모의만 하였지 막상 실행에 옮기지 못한 우유부단한 성격의 소유자이자, 실행력과 결단력이 없고, 현실에 안주하기만 하는 안일한 인간이라는 자괴감이 밀려오는 것은 무엇때문일까?

이제는 동반퇴사를 생각할 수도 없을 만큼 안정을 원하는 나이가 되어 버린 것일까? 아니면 내 가족을 너무나 사랑해서 일까?

아마도 후자의 경우에 해당될 것이라고 생각하며 오늘도 창밖 다른 빌딩을 분주히 오가는 동반퇴사를 꿈꾸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젊은 날의 나를 회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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