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들어가며
2001년 제정된 「부패방지법」에서는 부패행위 등의 신고 및 신고자 보호 등에 관한 세부조항을 두어 내부고발자에 대한 보호를 규정하였습니다. 하지만 외국의 법제도와 비교하여 볼 때 그 실효성이 크게 떨어지고 규정내용이 빈양하고 지나치게 추상적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내부고발자의 전형적인 사례로 보는 것이 미국의 ‘워터게이트’사건입니다. 1972년 닉슨 대통령을 물러나게 한 이 사건은 2005년 제보자가 스스로 제보자임을 밝히기 전까지 무려 33년 동안 철저하게 신변보호를 받은 사례입니다. 그 외에도 엄청난 배상액을 이끌어낸 미국의 담배소송, 일본의 세계적 자동차회사의 제품결함을 폭로한 사건 등 그 사례가 점차 늘어가고 있는 추세입니다.
현대사회에서 복잡한 조직 내부의 사정을 외부에서 알기는 대단히 어려운 일이므로, 내부의 제보가 부패방지에 큰 역할을 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내부고발자의 보호나 보상을 통한 내부고발의 장려는 개인적 이익을 위한 고발의 남용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부패방지법상의 내부고발자 보호제도에 관하여 살펴보겠습니다.
Ⅱ. 부패방지법상의 내부고발자 보호제도
1. 제도의 필요성
내부비리가 폭로된 조직은 고발자에 대한 보복조치를 행하려는 요구가 일게 되고, 개인인 고발자는 해고나, 강등, 감봉 등 다양한 형태의 불이익한 조치가 취해질 수 있습니다. 심지어는 신체적 위해에 대한 협박에 시달리기도 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또한 사회적 인간관계의 해체와 함께 경제적 어려움으로 가정에 갈등이 생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지난 1999년 제정된 「범죄신고자등보호법」은 범죄의 신고자나 증인에 대한 보호를 규정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대상범위가 너무 넓어 피고인과 변호인에 대한 방어권 침해, 수사기관 등에 악용될 여지가 있다는 비판에 따라 그 적용 범위를 몇 가지의 특정 범죄로 한정하였습니다(범죄신고자등보호법 제2조).
이런 관점에서 보면, 내부고발자에게 필요한 것은 우선적으로 사회적 지위의 안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피고용인으로서의 지위가 보장되어야하고 고용조직으로부터 모든 형태의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않을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한 것입니다. 또한 최근 내부고발이 당해 조직의 이해관계와 일치하는 경우가 많아 내부의 부패행위가 일정 정도를 넘어 조직 전체에 치명적 해를 가하기 전에 폭로됨으로써 일종의 예방 및 치료효과를 갖게 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즉 내부고발은 고발자 개인의 보호와 조직의 윤리차원을 넘어 경영의 투명성(transparency)과 책임성(accountability)을 증진시킴으로서 조직 전체의 이해에 도움이 된다는 것입니다.
2. 고용상 불이익조치 금지
내부고발자내지 관련 신고자에 대한 우선적 보호조치는 무엇보다 고용상의 불이익조치를 금지하는 것입니다. 부패방지법 제32조에서는 ‘국민은 이법에 의한 신고나 이와 관련한 진술 그 밖에 자료제출 등을 이유로 한 소속기관?단체?기업 등으로부터 징계조치 등 어떠한 신분상 불이익이나 근무조건상의 차별을 받지 아니하며, 누구든지 신고를 한 이유로 신분상 불이익처분을 당하였을 경우에는 위원회에 당해 불이익처분의 원상회복?전직 등 신분보장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동조 제1항, 2항).
하지만 불이익조치 금지에 관한 규정은 다소 미흡한 점이 있다는 지적입니다. 우선적으로 고발자에게는 구체적이고 즉각적인 신분상의 보호조치가 필요한데,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모되며 그 결과 또한 불확실한 소송과 같은 법적 절차를 거친 후에야 구체적인 보호조치를 받을 수 있다면 고발자보호라는 애초의 취지에 맞지 않는 다는 것입니다. 또한 불이익조치 기간 동안 고발자가 입은 경제적?심리적 피해에 대한 배상은 포함되어 있지 않고, 불이익조치에 대한 입증책임에서도 민사소송절차의 법리를 따른다면 위원회에 대한 조사 요구시에도 그 사실에 대한 입증책임은 고발자가 져야하는 상황에 처합니다. 관련 자료나 정보는 사용자나 사용기관이 배타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상황이 많으므로 입증책임의 전환규정을 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위원회 결정의 효과에 대한 것입니다. 위원회가 고발자의 요구를 타당하다고 인정한 경우에, 공직자의 경우 위원회는 소속기관의 장에게 적절한 신분보장조치를 요구할 수 있고, 당해 기관장은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이에 따라야 합니다(부패방지법 제32조 6항). 하지만 위원회의 결정을 따르지 않을 경우 이를 법률적으로 강제할 방법은 없는 상황입니다. 또한 고발자가 공직자가 아닐 경우 위원회는 신분보장조치를 권고할 수 있는 수준에 그치게 됩니다. 그러므로 불이익조치에 대해 보다 명시적이고 강제적인 권한이 위원회에 주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3. 내부고발자의 법적 책임
내부고발자와 관련하여 제기되는 또 다른 문제는 바로 형사책임에 관한 것입니다. 첫째는 고발행위 자체가 형법상 범죄행위에 해당되는 경우와 둘째는 고발자 자신이 신고한 범죄행위와 일정한 관련을 맺고 있는 경우입니다.
고발행위는 경우에 따라서 형법상 여러 범죄에 해당될 여지가 있습니다. 형법 제307조의 명예훼손죄, 제317조의 업무상비밀누설죄, 제127조의 공무상비밀의 누설죄 등입니다. 그밖에 각종 특별법상의 비밀누설에 관한 조항들이 적용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고발행위가 각 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가 하는 것은 언제나 명백하지 않습니다. 명예훼손죄의 경우는 비교적 명백할 수 있으나 비밀누설죄에 관해서는 ‘비밀’의 개념이 문제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업무상비밀누설죄에 있어서는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은 사실로서 타인에게 알리지 않음으로써 본인에게 이익이 되는 사실’로 규정되어 있고, 공무상비밀누설죄에서는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은 사항으로서 그것을 알리지 않는 것이 특히 국가에 이익이 되는 것’을 말합니다. 각각에 해당되는 학설과 해석을 살펴보더라도 보호되는 비밀의 범위는 상당히 좁아지게 됩니다. 결국 내부고발행위가 각 조항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가능성은 낮아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만일 다소 좁게 해석된 각 죄의 구성요건에 해당된다 하더라도 그 위법성이 조각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명예훼손죄의 경우에는 그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위법성이 조각되는 규정이 있습니다(형법 제310조). 내부고발은 공공성을 그 본질적 특징으로 하며 허위의 사실에 기초한 고발은 제외된다고 보면 이 조항에 해당될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각종 비밀누설죄의 경우에는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법령에 의한 행위 또는 업무로 인한 행위 기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되어 있어 고발행위가 법령 또는 업무로 인한 행위인지가 문제됩니다.
부패방지법 제26조에서 ‘공직자는 그 직무를 행함에 있어 다른 공직자가 부패행위를 한 사실을 알게 되었거나 부패행위를 강요 또는 제의받은 경우에는 지체없이 수사기관?감사원 또는 위원회에 신고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여 공직자에 대하여 부패행위 신고의무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공직자의 부패행위 신고는 이 조항에 따른 ‘법령에 의한 행위’라고 할 수 있을 것이고, 그에 따라 위법성이 조각되는 것으로 봐야 할 것입니다. 공직자가 아닌 일반인의 경우에도 고발행위의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 의문입니다. 일반인에게 법적인 신고의무가 주어져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일반적인 고발행위는 ‘법령’에 의한 행위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고, 이것을 업무로 생각하는 것도 어려울 것입니다. 하지만 형법 제20조에서 말하는 ‘사회상규’의 개념은 광범위하고 불분명하여 지나치게 넓은 위법성조각사유를 인정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을 수 있으나, 법률이 미리 예견할 수 없는 여타의 정당화 사유를 포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으므로 부패행위에 대한 고발이 보충적으로 이 규정에 포함될 여지가 높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다음으로 고발행위 자체와는 관계없이 고발자 자신이 신고 된 내용의 범죄와 일정한 관련을 맺고 있는 경우, 고발자의 책임을 어떻게 감경 혹은 면제할 수 있는가를 생각해 봐야 합니다. 고발자는 ‘자의로’, ‘실행에 착수한 행위를 중지하였고’, 신고를 통하여 결과의 발생을 방지하였기 때문에(형법 제26조) 중지미수에 해당될 수 있고,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자수에 해당함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두 경우 모두 형의 감경 또는 면제 이지만, 중지미수의 경우 필요적인 반면, 자수의 경우에는 임의적이라는 차이가 있습니다.
부패방지법 제35조에서는 ‘이 법에 의한 신고를 함으로써 그와 관련된 자신의 범죄가 발견된 경우 그 신고자에 대하여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는 특칙을 마련해 이 문제를 입법적으로 해결하고 있습니다.
4. 내부고발자에 대한 보상
내부고발자에 대한 신분상의 보호와 형사상의 책임 감면 외에 고발자에 대한 금전적 보상까지 인정하는 입법례를 흔치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 부패방지법은 미국의 부정주장법(Flase Claims Act)에 영향을 받아 제36조에서 ‘위원회는 이 법에 의한 신고에 의하여 현저히 공공기관에 재산상 이익을 가져오거나 손실을 방지한 경우 또는 공익의 증진을 가져온 경우에는 신고를 한 자에 대하여...포상을 추천할 수 있고... 신고자는 ...직접적인 공공기관의 수입의 회복이나 증대 또는 비용의 절감을 가져온 경우에는 위원회에 보상금의 지급을 신청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보상금의 한도액과 보상금의 지급비율이 다소 낮게 규정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지나치게 낮은 보상금액은 제도의 취지도 살리지 못한 채 고발을 조장하여 조직 내의 신뢰와 효율성을 해칠 수 있고, 보상금을 노린 허위의 또는 사적인 이익을 위한 고발이 남발할 것이라는 비판도 함께 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보다 나아가서 아예 미국의 경우처럼 상한액을 없애고 절감된 예산의 일정비율을 보상금으로 지급하는 현실적인 방안이 더욱 검토되는 시점입니다.
Ⅲ. 맺으며
내부고발 보호제도는 현대사회에서 조직내부의 비리와 부패를 통제하기 위해 필수적이며, 내부의 위법행위를 폭로한 약자로서의 개인을 보호하고 사회 전체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를 증명하듯이 최근 내부고발 보호제도는 세계적으로도 이를 수용하는 나라가 점차 증가하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이 흐름에 빠르게 대응한 우리의 법제는 긍정적으로 평가 할 수 있다는 의견입니다. 하지만 법적으로 아무리 보호를 한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현실에서 수용되지 못한다면 법규의 효력을 반감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겉으로는 고발에 따른 불이익조치를 취하지 않지만 실제로는 눈에 보이지 않는 형태의 차별이나 보복이 가하여 질 수 있고, 이것이 법이 보호할 수 있는 영역의 밖에 있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내부고발이 현실에서 용인되지 못한다고 해서 이를 법적으로 방치할 수는 없으며, 어디에도 의지할 곳 없는 내부고발자를 법이 보호해 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양심에 따른 용기 있는 행위를 한 개인에 대해 사회가 제공할 수 있는 최소한의 구제책이 될 것임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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